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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좀 잡시다

김영중 미카엘라 2012. 2. 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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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한밭수목원은 현재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방되지만, 6월부터 9월까지는 새벽 5시부터 밤 12시 까지 개방한다. 이에 따른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차역 카페에 앉아 오래전 친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음은 한없이 기쁘고 설레이는 데, 며칠간 밤늦은 작업 덕분에 머리는 몹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억지로 깨어 있는 지금 잠이 무척 그립습니다. 문득 우리 한밭수목원 수목들의 아우성이 들립니다.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개방은 나무들에 큰 스트레스

“윤노리 나무야! 왜 그러고 있어?”
“힘들어서요. 잠을 통 잘 수가 없어요. 죽을 것 같아요”
“왜?” “우리 고향에서 잘 살고 있는데 왜 여기까지 데려왔는지 모르겠어요.”
“여기가 수목원이라서 데려왔지”
“그러면 잘 살게 해주어야 되잖아요. 무슨 수목원이 사람들한테 밤낮으로 시달리게 해요?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가로등도 환하게 켜놓고 사람들은 시끄럽게 떠들고.”
“네 말이 맞아. 수목원은 수목원다워야지. 수목원은 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하여 종 다양성을 확보하고 자원화를 촉진할 수 있는 시험 연구기관이지. 또한 인간에게 유용한 식물의 가치를 밝히고 교육하는 것이 주목적이지. 단순히 운동이나 휴식을 위한 공원과는 그 품격이 다르지.”
“지난해 11월에는 정식으로 공립수목원이 되었데요. 앞으로는 수목원의 기능이 강화되고 살기가 좀 나아질까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구나. 오래전에는 그래도 일주일에 하루는 쉴 수 있었단다. 그 때는 그 하루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힘들 때는 그 휴일을 생각하며 견디곤 했었는데.....”
“그런 날도 있었어요?”
“그랬단다. 그 날만큼은 곤충친구들도 마음껏 뛰놀았고, 엄마 쇠물닭은 아기들과 산책을 즐기곤 했었지.”
“그런 휴일이 왜 없어졌어요?”
“다른 이를 배려하지 않는 인간들의 이기심이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는 생각지 않으니.... 현대병 중에 가장 어려운 병이 스트레스라는데......”
“안타깝네요”
“어디 그 뿐이니. 어느 여름부터는 새벽 5시부터 밤 12시 까지 불을 낮처럼 켜놓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니 살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지.”
“내 옆에 있던 굴거리나무들은 모두 죽었어. 따뜻한 곳에서 살다가 이곳에 정착하기도 어려운데, 밤낮으로 시달리니 어떻게 살 수 있었겠어. 가슴 아픈 일이야”
“저도 할 말 있어요.” “응. 제비나비구나. 그래 들어보자”
“저는 햇님이 따뜻한 빛을 보내주면 밤새 이슬에 젓은 날개를 말려야 되거든요.
그런데 새벽에 사람들이 다가오는 거예요. 당황하여 도망치려다 땅바닥에 떨어진 적 있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랬구나. 얼마나 힘들었니? 꿀벌도 그런 말을 한 적 있었단다.”
“저는요 늦게까지 잠을 못자서 꽃을 피울 수가 없어요. 밤 되면 자고 싶어요”
“그러게 말이다. 많은 친구들이 스트레스로 꽃도 펴보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으니...
우리 다 같이 잠 좀 자게 해달라고 소리라도 한번 질러보자”
“잠 좀 잡시다. 제발!”

인간들의 욕심이 너무 힘들게 하였구나. 미안해요.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수목원을 개방하는 것은 수목원에서 사는 식구들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라는 걸 간과했네요.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는 쉬게 해줘야 건강하게 잘 자라 수 있겠어요.

이제 큰 소리로 외쳐봅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쉬게 해줘요. 그리고 그들이
잠 좀 자게 해주세요. 제발!”

<대전충남숲해설가 협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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