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메나무 겨울눈
우리 협회의 교육생들이 현장공부를 하기 위해 내가 근무했던 수목원에 다녀왔다. 그 이후 피라칸다, 박태기나무, 산수유나무 등 많은 사진들이 카페에 올라와 무척 반갑게 보고 있는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항상 나의 발걸음을 잡았던 나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 지금쯤이면 잎도 열매도 없이 앙상한 가지만 보여 그냥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니 꽃피는 시절이었더라도 눈여겨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 나무는 물푸레나무과의 들메나무다. 들메나무 꽃은 눈길한번 주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꽃이 화려하지 않다. 마치 대비싸리를 거꾸로 세워놓은 듯한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나무를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 왜냐면 한여름에 이미 겨울눈의 모습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꽃도 피우지 못한 나무들이 수도 없이 많은데 들메나무는 열매를 만듬과 동시에 다음해의 준비를 한꺼번에 하는 것이다.
뜨거운 여름날 관광객을 들메나무 그늘로 안내하여 따가운 햇빛을 피하게 하고는 ‘겨울눈은 언제 생기나요?’ 하고 물으면 모든 분들이 ‘겨울에 생깁니다’라고 대답을 한다. 겨울눈은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후에야 우리 눈에 들어오니 겨울에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들메나무 잔가지의 겨울눈은 짙은 갈색으로 세 개의 눈이 모여 있다. 가운데 끝눈은 원뿔형으로 날씬하며 다음해 봄에 잎을 내놓을 것이고, 양옆의 동그란 곁눈은 2~4개의 비늘로 싸여 있는데 잎보다 먼저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이들은 봄부터 그 해의 날씨나 온도 등 모든 정보를 담아서 다음해의 잎과 꽃을 준비하는 것이다. 꽃은 언제 필 것이며 꽃봉오리는 몇 개로 할 것인지도 겨울눈 속에 다 들어 있다. 누가 이렇듯 일찍부터 완벽하게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겠는가? 이 나무속에 아주 오랜 세월 그러니까 속씨식물이 시작된 중생대 백악기부터 145백만여년간의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것이다.
들메나무의 겨울눈을 보면서 나는 미래에 대한 대비를 말하곤 하였다. 지난 몇 년 동안 노후대비란 단어가 유행하였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 얼마만큼의 저축이 있어야한다고. 이제는 한 때 스쳐간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노후대비가 다 되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 당장 살기가 너무 어려워 노후는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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