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의 새
김연아가 그랑프리 연속 7연패를 달성했다. 전에는 갑천에서 김연아를 떠올리곤 했는데 이제는 김연아를 보면서 갑천을 생각한다. 겨울이 되어 갑천에 가보면 많은 겨울철새들이 생활하고 있다. 발그레한 새색시 볼같은 흰뺨검둥오리, 금속성 녹색 빛이 빛나는 꽁지머리의 청머리오리, 적갈색머리에 크림색이마를 가진 홍머리오리, 사람의 접근을 가장 싫어하는 멋진 군청색 연미복의 비오리, 작은 몸으로 물 속 깊이 잠수하여 커다란 물고기 입에 물고 나타나는 논병아리, 청둥오리 알락오리..... 그리고 둥둥 떠 있는 것만으로도 갑천의 풍광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큰고니까지
그 중에 연아를 생각나게 하는 새는 고방오리이다. 고방오리의 부리가 영락없는 연아 스케이트의 코와 닮았기 때문이다. 고방오리는 치켜든 꼬리가 길어서 긴꼬리오리라고도 불리는데 오리 중에서 상당히 큰 편에 속한다. 정수리부터 하얀 두 줄의 머리띠를 목까지 내려뜨리고 꼿꼿이 세운 머리만큼이나 꼬리도 치켜세워 멀리서도 눈에 잘 띤다. 그러나 그 것은 수컷에게만 해당된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흐뭇하게 집에 와보면 암컷은 빼고 수컷 사진만을 찍었음을 알게 된다. 꼬리만 빼면 암컷은 다른 종류의 오리들과 비슷하기에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왜 암컷은 눈에 안 띠는 것일까?
새의 암컷들은 몇몇 종류를 제외하면 어느 종류나 대체로 황갈색, 갈색, 재색, 흑색 깃들을 섞어 놓은 모습이다. 이 모습은 아기 새들도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어미 새는 육아를 하여야 되기 때문에 가급적 눈에 띠는 색깔은 피하게 된다. 천적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아기 새도 어미 새와 비슷할 수밖에 없다.
수컷의 어린 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엄마의 색에서 아빠의 빛깔로 치장을 하게 된다. 털갈이를 하는 동안에는 아름답게 보이지 않지만 그 것은 잠시뿐이다. 어린 수컷들이 멋진 옷으로 갈아입는 동안 암컷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갑천 변에 앉아서 가만히 새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암컷들이 '나도 예쁘게 단장하고 싶어요. 아기를 위하여 참고 있을 뿐이라구요. 나도 사진 찍어줘요‘ 라고 애원하는 듯하다. 만약에 모든 암컷들이 종족번식을 생각지 않고 화려하게 장식하였다면 갑천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더욱 화려한 빛의 잔치가 열릴것인가? 아니면 새들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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