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기고문

한밭춘추기고문~ 매력덩어리, 파리

김영중 미카엘라 2009. 11. 13. 14:33

매력 덩어리, 파리

 

쇼핑 중에 남편이 잠깐 손 씻으러 간 사이 나이 지긋한 부인이 말을 건넨다. “네 가지 덩어리를 아시지요?” “예?” “애물덩어리 남편을 집에 두고 나오자니 근심덩어리요, 같이 나오면 짐 덩어리고 혼자내보내면 걱정덩어리, 마주 앉아 있으면 웬수 덩어리요.” 내가 깜짝 놀라 “우리 남편은 아니예요, 가방도 다 들어주고요. 쇼핑할 때도 잘 기다려주고요...” “그러면 그 쪽은 복덩어리요” 애물덩어리로 전락할 뻔 한순간에 복덩어리로 구제된 남편을 보면서 갑자기 파리가 떠올랐다.

파리야 말로 골칫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그 골칫덩어리를 매력덩어리라 하면 반기 들사람이 수없이 많을 것이지만 나에게 파리는 그렇게 매력적일 수 없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 중에 가장 많은 개체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파리류이다. 지구의 환경에 가장 적응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날개를 보자. 어려서부터 열심히 외우던 곤충의 날개는 두 쌍이 무색하게도 날개는 한 쌍이다. 파리는 말한다. “한 쪽에 날개가 두 개씩이나 달리는 것은 에너지 낭비지~~” 파리는 정지 비행은 물론이고 앞으로 뒤로 위로 아래로 자유롭게 비행을 한다. 파리는 좀 더 나은 비행술을 위해 뒷날개 두개를 평형봉으로 변형시켜서 균형 잡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파리의 발목마디 끝은 욕반이라고 불리는데 끈적끈적하여 어디나 척척 붙는다. 스파이더맨이 전혀 부럽지 않다. 동물 중에 날아다니는 것만으로도 경쟁력이 있는데 이렇듯 어디나 척척 붙는 재간을 가졌으니 전 세계를 접수한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요즘 화단이나 길가에 작은 국화꽃들이 많이 피어 있다. 꿀을 얻으려는 벌들이 많이 보이나 잠간 눈길을 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벌이 아니고 파리류임을 알 수 있다. 벌들은 이미 추워서 생을 마감하고 파리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벌들은 적들에게 침을 사용하지만 파리들은 벌과 같은 모습만으로 에너지 낭비하지 않고서 적의 눈을 속이는 것이다.

파리! 그 자체는 수 없이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초파리는 짧은 생의 주기로 인해 이미 많은 연구가 되고 있지만, 다른 파리들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파리들의 살아가는 방법이 우리 생활에 응용된다면 우리는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대전충남숲해설가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