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을 기다리며
올해에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할 수 있단다. 눈이 오면 누가 누가 좋아할까? 중학교 다니던 시절 국어교과서에 실린 수필 한 귀절이 생각난다. ‘눈 오는 날 난로가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장면이다. 그 때 국어선생님께서 첫눈이 내리는 날 첫 번째로 만나는 사람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다행히도 나는 선생님 댁과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기에 첫눈이 오는 날 선생님 출근시간에 맞추어 첫 번째 만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오랜 기다림 뒤에 먹는 그 아이스크림 맛이 얼마나 좋던지...
이제 나는 다른 이유로 눈을 기다리고 있다. 눈이 많이 쌓였을 때 자기의 아기를 멀리 보내고자 하는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은 자기의 자식을 멀리 보내기 위해, 또한 많은 자손들이 번창하기를 바라면서 많은 노력을 한다.
작은 바람에도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씨앗에 날개를 달은 소나무, 헬리콥터 같은 날개를 붙인 단풍나무나 피나무의 열매, 부채모양의 날개를 갖고 있는 미선나무, 낙하선 모양의 관모를 가진 민들레, 암술머리에 깃털모양의 긴 암술대가 붙어있는 으아리 등 바람에 자손을 보내는 식물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
그 밖에도 물에 떠내려 보내는 식물, 큰 바람이 불 때를 기다리는 나무, 동물의 몸에 붙어서 멀리 보내는 전략, 맛있는 과육을 새들에게 제공하고 씨앗에는 독을 살짝 넣어서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게 하는, 그래서 많은 새가 열매를 먹고 여러 곳으로 분산시키는 전략 등 참으로 다양하다.
헛개나무꽃
헛개나무의 엽병과 열매
그 중에 눈이 쌓일 때를 기다리는 친구는 각종 간장 질환과 혈액순환에 좋다는 갈매나무과의 헛개나무이다. 헛개나무의 열매는 울퉁불퉁하고 단맛이 나며 약효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 열매자루에 8mm정도크기의 둥근 공모양으로 붙어있다. 그 속에 지름 약 3mm크기의 씨앗 3개가 들어 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흑갈색으로 가장자리가 살짝 올라간 납작한 원모양이다.
지난 가을 나무에 대해 교육하시던 선생님께서 ‘헛개나무는 눈이 쌓이면 씨앗을 살짝 내려놓아 눈이 녹아 흘러내릴 때 같이 떠나갈 수 있게 되어 있다’고 하셨다.
아직 그 모습을 보지 못한 나는 철없던 시절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면 첫눈을 기다렸듯이 눈이 쌓이기를 기다린다. 눈이 쌓이면 헛개나무 밑으로 달려갈 준비를 하고.
<대전충남숲해설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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